세전 인상분은 그대로 오지 않는다
연봉 협상 테이블에서 오가는 숫자는 전부 세전입니다. 그런데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그 인상분에서 4대보험료와 소득세가 빠진 뒤의 금액입니다. 연봉이 오르면 보험료 부과 기준인 과세 대상 월급여가 함께 오르고, 그에 따라 국민연금·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고용보험이 모두 늘어납니다.
소득세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습니다. 근로소득세는 누진 구조라서 인상분이 더 높은 구간에 걸치면 그 구간부터는 세율 자체가 커집니다. 그래서 보험료가 대체로 일정한 비율로 늘어나는 것과 달리, 소득세 증가분은 연봉 인상률보다 가파르게 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상률과 실수령 증가율은 같지 않습니다. 세전으로 10% 올려 받아도 실수령액은 10%만큼 늘지 않고, 얼마나 남는지는 지금 연봉이 어느 구간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얼마를 더 주겠다"는 제안을 들었을 때 손에 남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협상 자리에 앉기 전에 알아 두는 것입니다.
계산 예시 — 4,850만원에서 5,350만원으로
전제를 먼저 밝힙니다. 월 비과세액 200,000원(식대), 부양가족은 본인 1명, 8세 이상 20세 이하 자녀 0명, 퇴직금은 연봉과 별도(연봉을 12로 나눠 월급으로 환산)입니다. 2026년 요율과 근로소득 간이세액표를 적용한 결과입니다.
예시 — 세전 연봉 4,850만원에서 5,350만원으로
- 월 실수령액: 3,476,299원 → 3,793,737원 (+317,438원)
- 연 실수령액: 41,715,588원 → 45,524,844원 (+3,809,256원)
- 세전 인상분 5,000,000원 중 손에 들어오는 몫: 76.2%
- 나머지 1,190,744원은 보험료·세금 증가분
공제 항목별로 뜯어보면 어디서 늘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비과세액은 연봉이 올라도 그대로이므로, 월 환산 세전 급여가 늘어난 만큼이 고스란히 과세 대상 월급여 증가분이 됩니다.
| 항목 | 4,850만원 | 5,350만원 | 증가분 |
|---|---|---|---|
| 과세 대상 월급여 | 3,841,666 | 4,258,333 | +416,667 |
| 국민연금 | 182,479 | 202,270 | +19,791 |
| 건강보험·장기요양 | 156,254 | 173,202 | +16,948 |
| 고용보험 | 34,574 | 38,324 | +3,750 |
| 소득세·지방소득세 | 192,060 | 250,800 | +58,740 |
| 공제 합계 | 565,367 | 664,596 | +99,229 |
과세 대상 월급여는 약 10.8% 올랐는데 소득세·지방소득세는 약 30.6% 늘었습니다. 월 공제 증가분 99,229원 중 절반이 넘는 58,740원이 세금에서 나온 이유입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위 값은 매월 원천징수되는 개산액입니다. 최종 세액은 다음 해 연말정산에서 확정되므로 부양가족·의료비·기부금 같은 공제 요소에 따라 실제 부담은 달라집니다. 또 연봉을 12로 나눌 때 원 미만을 절사하기 때문에, 월 환산 세전 증가분 416,667원을 12배 하면 5,000,004원이 되어 명목 인상분 500만원과 4원이 어긋납니다. 월 공제 증가분을 12배 한 1,190,748원과 명목 기준 차액 1,190,744원 사이의 4원 차이는 여기서 나옵니다.
2026년 요율 — 무엇이 올랐나
인상분이 실수령액으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는 결국 두 가지가 정합니다. 인상분에 거의 그대로 곱해지는 보험료율, 그리고 구간에 따라 달라지는 소득세율입니다. 보험료율 쪽에서 2026년의 변수는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법 부칙(법률 제20903호)은 2026년 사업장가입자의 기여금과 사용자 부담금을 각각 기준소득월액의 1만분의 475, 즉 4.75%로 못박았습니다. 총 9.5%인 셈이고, 2033년 13%에 이를 때까지 매년 0.5%p씩 오릅니다. 근로자 부담이 4.5%였던 2025년과 견주면 같은 인상분에 붙는 국민연금이 0.25%p 무거워진 것입니다. 건강보험도 총 요율이 7.19%로 올라 근로자 부담은 3.595%가 됐고, 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료에 13.14%를 곱해 따라옵니다. 반면 고용보험 실업급여분은 징수법 시행령이 정한 1천분의 18, 근로자 0.9%로 2025년과 같습니다.
정리하면 인상분에는 국민연금 4.75%와 건강보험 3.595%(+장기요양), 고용보험 0.9%가 거의 고정된 비율로 따라붙고 그 위에 누진 소득세가 얹힙니다. 위 예시에서 보험료 증가분 세 줄을 더하면 40,489원인데 세금만 58,740원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각 보험의 부과 기준과 요율 전체 표는 4대보험 완전정리에 있습니다.
국민연금에는 천장이 있다
4대보험 중 국민연금만 부과 기준에 뚜렷한 상한이 있습니다. 기준소득월액이라고 부르는데,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상한 6,590,000원·하한 410,000원이고 적용기간은 2026년 7월분부터 2027년 6월분까지입니다. 매년 7월에 조정되는 값이라 숫자만 외우지 말고 적용기간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상·하한의 계산 방식과 배경은 4대보험 완전정리에서 다루므로, 여기서는 협상에서 달라지는 부분만 봅니다.
과세 대상 월급여가 상한을 넘으면 그 위로는 국민연금이 더 붙지 않습니다. 위 예시의 두 연봉은 모두 상한 아래여서 인상분 전체에 4.75%가 그대로 붙었지만, 이미 상한을 넘긴 구간이라면 인상분에 국민연금이 따라붙지 않습니다.
다만 이것을 "고소득 구간일수록 인상분이 더 많이 남는다"로 읽으면 곤란합니다. 국민연금만 떼어 놓고 보면 보험료가 더 붙지 않는 것이 맞지만, 같은 인상분이 더 높은 소득세 구간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에서 아끼는 4.75%보다 소득세 증가분이 크면 인상분 대비 실수령 비율은 오히려 낮아집니다. 어느 쪽이 큰지는 구간마다 다르므로,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 현재 연봉과 제시받은 금액을 각각 넣어 직접 비교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성과급·상여금은 별도 세율이 아니다
"성과급은 세금을 훨씬 많이 뗀다"는 말이 자주 돌지만, 성과급과 상여금에 적용되는 별도 세율은 없습니다. 전부 근로소득으로 합산 과세됩니다.
오해가 생기는 이유는 원천징수 방식 때문입니다. 상여금을 지급할 때는 그 금액을 지급대상기간의 개월 수로 나눠 월급여에 얹은 다음 간이세액표를 적용하고, 거기서 나온 세액에 다시 개월 수를 곱해 뗍니다. 상여금이 큰 달에는 조회하는 월급여 구간이 한참 위로 올라가므로 그 달의 원천징수액이 유난히 커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개산액이어서, 연말정산에서 그 해 전체 근로소득에 합산해 다시 정산합니다.
놓치기 쉬운 것은 보험료 쪽입니다. 상여금과 성과급은 건강보험·국민연금의 보수에도 포함됩니다. 성과급이 컸던 해에는 보수총액 신고를 거친 정산 과정에서 보험료가 함께 오를 수 있습니다. 기본급 대신 성과급 비중을 키우는 안을 제시받았다면, 그 해뿐 아니라 다음 해 보험료까지 함께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연봉계약서에서 확인할 네 가지
금액에 합의했다면 다음은 문서입니다. 같은 세전 연봉이라도 구성 항목에 따라 나중에 받을 수당과 실수령액이 달라지므로, 재계약서에서 다음 네 가지를 확인하세요.
- 포괄임금제 여부 — 연장·야간·휴일수당이 연봉에 이미 포함된 구조인지 확인합니다. 포함돼 있다면 인상된 금액이 실제 근로시간 대비로는 인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유효 요건은 포괄임금제에서 정리했습니다.
-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수당 범위 — 통상임금이 높아야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 산정에 유리합니다. 같은 총액이라도 어떤 항목으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나중에 받을 수당이 달라집니다.
- 상여금·성과급의 정기성·일률성 —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구조인지에 따라 통상임금 산입 여부가 달라집니다. 대법원 2024년 12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로 "고정성" 요건이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빠졌기 때문에, 재직 조건이나 근무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들어갑니다. 계약서 문구가 회사 재량으로만 적혀 있는지 살펴보세요.
- 서면 명시 항목의 반영 여부 — 근로기준법 제17조가 요구하는 서면 명시 항목이 재계약서에도 그대로 담겨 있어야 합니다. 목록은 근로계약서 필수 기재사항에 있습니다.
흔한 오해 — 비과세를 늘리면 무조건 이득이다?
비과세액을 늘리면 세금과 보험료가 함께 줄어 당장의 실수령액은 늘어납니다. 여기까지는 맞습니다. 그래서 "총액은 그대로 두고 식대를 비과세로 잡아 달라"는 요구가 협상에서 나옵니다.
다만 대가가 있습니다. 비과세액이 커지면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도 함께 내려갑니다. 기준소득월액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의 산정 기초이므로, 지금 아낀 보험료만큼 장래 연금이 줄어듭니다. 대출 심사나 각종 지원 신청에서 쓰는 소득 증빙 금액도 과세 대상 급여를 기준으로 하므로 함께 낮아집니다.
그리고 비과세는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식대는 월 20만원처럼 항목마다 한도와 요건이 정해져 있고, 한도를 넘는 금액은 과세됩니다. 어떤 항목이 얼마까지 인정되는지는 비과세 항목 총정리에서 확인하세요.
협상 전에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하자
첫째, 제시받은 금액의 실수령액입니다. 연봉 실수령액 계산기에 세전 연봉과 본인의 비과세액·부양가족 수를 넣으면 이 글의 예시와 같은 방식으로 공제 내역이 항목별로 나옵니다. 현재 연봉과 제시 금액을 각각 넣어 차액을 비교해 보세요.
둘째, 내 위치입니다. 연봉 백분위로 또래 대비 지금 연봉이 어디쯤인지 확인하면, 제시받은 금액이 시장에서 어느 수준인지 판단할 근거가 생깁니다.
매달 떼는 소득세가 왜 그 금액인지, 원천징수 비율을 80%·100%·120% 중에서 고르는 선택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면 간이세액표와 80·100·120%를 함께 보세요.
근거: 국민연금법 부칙 <법률 제20903호, 2025.4.2> 제4조제1항(2026년 1만분의 475) · 보건복지부 고시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하한액과 상한액」(2026.7.1 시행) ·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제1항제2호(실업급여 보험료율 1천분의 18) · 소득세법 시행령 [별표 2] 근로소득 간이세액표(2026.2.27 개정) · 대법원 2024.12.19. 선고 2020다247190·2023다302838 전원합의체 판결(통상임금 판단기준). 최종 확인 2026. 09. 19. 본 문서는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회사의 취업규칙과 관할 기관·전문가 확인을 거쳐 주세요.